전정우, 존중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당신은 `취향`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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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취향이란 뭘까? 31가지 선택지를 들이밀어도 거침없이 선택하는 단 하나. 그것만이 취향인 걸까? 박애주의자를 받아드리지 않는 이 취향의 범위는 한 가지만을 선택하게 만든다. 팥 붕어빵이냐, 슈크림 붕어빵이냐. 둘 다를 선택하는 선택지는 왜 없는 건지, like는 배제하고 only one love를 지향하는 이 취향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넘치는 취향의 소유자를 인터뷰해 보았다.

사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멋진 언니, 멋진 누나’라고 답변했다. 연하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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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주변에 동생들이 많다. 왜 그럴까? 오빠들은 날 안 좋아한다.
왜 당신을 ‘멋지다’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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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아서 그러지 않나 싶다. 뭘 했냐고 하면, 별로 한 게 없네… 한량처럼 살아서인가?
한 게 없다고 하기엔 야망도 크고, 한 일도 많은 걸로 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야망캐 뿐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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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당신이 있다. 이런 답변 원한 거 아닌가? 난 정말 야망이 많지만, 주변 사람들은… 주변에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다. 그게 야망이 많은 거라고 볼 수 있나?
현재 대학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보내고 있는 거로 안다. 벌써 세 번째 대학인데, 대학 얘기를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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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이후로 갖게 된 학생증이 3개다. 첫 대학교는 성적 맞춰서 갔다. 담임선생님이 넣으라는 거 다 넣었다. 건축, 멀티미디어, 사회복지… 그 중에서 사회복지를 넣었던 전문대가 집이랑 제일 가까워서 가게 되었다. 교수님을 잘 만났고, 공부하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운이 좋았다. 졸업하고 취직을 할까, 편입을 할까- 고민하다가 편입에 성공해서 두 번째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아마 편입에 실패했으면 취직했을 거다.
두 번째 대학은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다니는 곳이다 보니까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공부는 잘 안 하고,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 많이 놀고,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연애도 많이 했고. 그래서, 첫 번째 학교 졸업학점은 4점대였는데, 두 번째 학교는 2점대로 졸업했다. 그래도 취업은 잘 되었다. 확실히 취업은 성적순이 아니었다.
복지관에 취직해 2년간 열심히 일을 해보았으나, 이게 하고 싶은 일인지 맞는지 고민하다가 퇴사를 했다. 그리고 관심 있던 분야였던 예술경영쪽 대학원 준비를 했는데 어찌어찌 잘 돼서 세 번째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다니는 회사를 관두고, 대학원을 간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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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람이 모아 둔 돈이 있으면 걱정이 안된다. (웃음) 내가 아직 자산이 있어서. 돈 많은 백수는 아니지만, 돈 있는 백수라 큰 걱정하지 않고 퇴사를 결심했다. 취업준비 때는 걱정이 제일 많았다. 남들 다 취직했는데 나는 못하면 어떡하지. 어디로 하지. 그때는 모든 게 막연했으나, 퇴사는 마냥 막연하진 않았다. 내가 해오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퇴사 직전에 면접을 두 군데 보기도 했다. 어디든 취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어서 대학원에 도전하게 되었다.
학비도 스스로 내고 독립해서 살고 있는데, 불안하진 않은가? 삶의 방향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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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뭐 하고 싶다고 하면, 다 하라고 한다. 다들 철이 없다. 그리고 불안함은 없다. 돈이 떨어지면 모르겠지만, 현재에는 없다.
사회복지에서 예술문화로 가게 된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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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에 로망이 있었다. 그림이나 디자인 쪽으로 진학해보고 싶었으나 타의에 의해 하지 못했다. 미련이 계속 남아서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고도 알아봤었는데, 비싼 학원비와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마음을 접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 계기는 전 회사에서의 인사이동이 컸다. 기존 직무에서는 기획을 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영업을 하게 되었고, 하는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재작년에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접하고 또 거기서 일하면서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고민을 거쳐서 예술경영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래서 취직 후에도 문화예술기획 쪽 대외활동을 해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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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재미가 있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덜 하면서도, 업무를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인터뷰어는 대학생의 대외활동 자리를 빼앗은 직장인이라고 했지만, 내게 대외활동은 일이나 스펙을 떠나 진짜 취미였다.

이쯤 되면 돈 안 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회복지, 예술, 대외활동…, 돈 안 되는 일이 취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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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름부터 잘못되었다. 도울 우에 바를 정. 작명이 잘못돼서 돈을 못 버는 것 같다. 근데 말년에 좋은 이름이라 개명은 못 하겠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기술을 안 배우고 말로 돈을 벌려고 해서 그런 것 같다. 근데 말도 잘 못 한다. (웃음) 용접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어 보이고, 미장도 해보고 싶은데 일단 미래 직업을 구상해놔서 못 배울 것 같다. 요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몸쓰고 입으로 먹고 사니까. 그리고 나한테도 되게 좋은 직업일 것 같다.
요가를 3년째 꾸준히 하는 거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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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한 건 아니고, 3년째 하고 있다. 지속은 되고 있는 중? 아직 머리 서기도 못 한다.
요가의 매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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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만큼만 하면 된다는 것, 내 한계를 체험하는 느낌이 아니라는 것. 하다 보면 되는 게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쉽게 질리는데 요가는 그렇지가 않다. 날마다 다른 자세들, 다른 느낌들… 어쩔 땐 되고, 어쩔 땐 안 되기도 하는데 그게 좋다.
올해 첫 여행지가 인도라고 들었다. 고생이 취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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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친구가 가고 싶다고 했는데, 나도 급 뽐뿌가 왔다. 마침 퇴사를 하기도 해서 가기로 했다. 인도 여행은 마냥 돈 쓰러 가는 여행지는 아닌 것 같다. 또 나의 첫 해외 여행지인데, 왜 여행을 다니게 되었는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또 인도 에서 요가를 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고생이 취향인 것 같다. 인생 자체가 쉽지 않다. 쉽게 가면 재미가 없나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하나만 하면 좀 쉽겠지만, 그러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취향을 하나만 묻고 싶다. 맨 처음 떠오르는 취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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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다. (오랫동안 고민한다.) 꼭 답을 줘야 하는가?
사전에도 이 질문했지만, 대답하지 못했었다.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답을 모호하게 한다. 내가 ‘그때 기분 어땠어요?’라고 물었는데 기분은 대답 안 하고 그 상황에 대한 생각을 대답하는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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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취향이 매년 바뀌는 것 같다. 난 잘 모르겠다. 취향의 범위가 너무 넓은 것 같다. 작년에 느낀 게, 남들은 좋아하는 게 명확한 것 같은데 나는 다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다. 싫어하는 건 확실히 있는데…. 나도 ‘다 좋아요’라는 ‘이거저거그거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싫어하는 건 확실하다고 했는데, 그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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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것들. ‘그럴 수도 있지’가 내 기본 베이스이지만, 도덕적인 면에서 벗어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정말 싫다.
뭔가 취향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은 집념이 생긴다. 한 가지만 말할 수 없다면, 다 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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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고 듣는 거 다 좋아한다. 심미적인 것들. 옷도 좋아하고, 공연전시 보러 다니는 것도 좋다. 일단 예쁜 걸 좋아한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최대공약수를 정해야 하지 않나?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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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런데 그건 좋아하는 일에 포커스를 어떻게 맞추는 지가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면, 기부할 수도 있고, 사회복지를 할 수도 있는 거다. 첫 번째 방식은 돈을 쓰는 거지만, 두 번째 방식은 돈을 벌게 된다. 일단 나는 이름대로 살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 문화예술 쪽에서 풀어내 보고 싶은데, 기회가 된다면 창업도 하고 싶다. 사회적 기업을 세워보고 싶은데, 난 어차피 돈 되는 일은 못 할 것 같다. 난 한 달에 100-150만 원만 있어도 삶이 유지되는 것 같다. 알바를 해서 살아갈 수 있다.

하고 싶은 걸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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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 내가 뭐라고 할 순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지. 충고를 해달라 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돈이 없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용기가 없다면 못하는 거다. 너무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으면 하겠지.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의 꼭대기에 있는 것을 남인 내가 어쩌겠는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자기통제력이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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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내가 야망캐는 아니다. 다 통제 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넌 다 계획이 있구나.(웃음) 디자인을 하지 않고, 문화예술경영에 온 것도 다 계획인 것이다. 난 통제가 확실한 사람이다.
돈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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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니저의 삶도 나쁘지 않다는 친구의 명언이 있다. 대기업 매니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장을 하고 싶지만, 배우려면 돈이 드니까. 그런데, 돈이랑 살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당분간의 돈이 있으니까 계속 도전할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신년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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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찾아볼까 한다. 인도 여행을 잘 가고, 원우회장이 되었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도 정해야 하고. 올해에는 공연˙전시 기록 블로그를 해볼까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하겠지? 그리고 바라는 게 있다면, 작년부터 삼재다. 그래서 내가 다치지 않고 몸과 마음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런데 운이 너무 좋다. 삼재 안 믿기로 했다. 하지만 복삼재인 것 같다. 아무튼, 전 반적으로는 ‘행복하자 전정우야!’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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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 했을 때 떠오른 오늘의 인터뷰이, 정우는 매해 좋아하는 것들을 늘어나는 맥시멈리스트이다 . 나는 그런 그녀가 좋았는데 , 정작 그녀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걱정이 크단다. 하나의 취향을 열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녀에게 꼭 더 좋아하는 걸 찾고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좋아하는 게 뭐야?" 라는 답변을 오늘처럼 답하는 게 더 이상은 싫다고 했다. "그냥 쇼윈도 취향을 하나 정하면 안 되는 거야? 많고 많은 취향 중에 그냥 하나 정해두고 말하면 되잖아." 나는 투덜거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금 생각해보니 신년맞이 방 정리를 하듯, 취향도 정리하는 거구나 싶었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최대공약수를 정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취향의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걸 수도 있다. 뭐, 그것 또한 우리의 선택일 것테지만.
글 에디터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