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이고 장식적인 발
에디터 ㄱ
맞지않는 신발에 너를 욱여넣고 딱 맞는다는 듯이 웃어야해. 가볍게 뛰어올라 살포시 추락하자. 휘어진 발가락은 보이지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보이는 것은 보이는 대로 받아들여지지않지. 그러니 너, 발을 까닥여줘. 태연히 콧노래를 불러줘. 살을 파고드는 발톱을 숨킨 채로.
크리스찬 루부탱의 빨간 밑창이 네 뒷꿈치와 새끼발가락에서 흘러나왔다는 걸 아무도 모르게끔 웃어야해. 네가 퉁퉁한 발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끈을 꽉 조이자. 추락은 안착으로 받아들여질테야. 그러니 너, 무해하게 굴어줘. 자유로운 듯이 춤추며.
마당에서 불을 지피고 있을게. 구두라곤 어울리지않는 날 것의 발을 물 끓는 솥에 집어 넣는거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뼈를 부셔버리자. 너의 발은 지미추에 어울리게 될거야. 날렵한 칼발을 가질 너에게 딱 맞을 스타카토 힐을 신고 휘청거리자.
가장 아름다울 여성에게 어울릴 신발을 너에게 선물할게. 네가 휘청일 때마다 우리는 박수를 칠거야. 갸날픔에 반한 누군가가 손을 내밀면 참았던 눈물을 보여줘. 네 눈물은 크리스탈로 치환될거야.
그는 너를 구하러 온 용사니, 내가 신긴 신발은 벗겨낼거야. 그가 네 발등에 키스를 하고 마놀릭 블라닉을 신길테지. 해피엔딩에 도달했으니 그의 품에 곡선미를 살려 안기자.
빛나는 웨딩슈즈에게 선택받을 때까지 너는 아찔하게 서있어줘. 걸을 필요 없을 때까지.
작가의 말
: 발은 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역동성을 지닌 발이 장식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형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발들이 기동성을 가지고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나갔으며 합니다. 편하게 뛰었으면 합니다. 다섯 발가락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삐뚤어지거나 신발에 맞게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름답거나 흉측하다 여기지 않았으먼 좋겠습니다. 모든 발은 다 다르게 생겼고, 당신은 오른발과 왼발조차 같지 않습니다. 틀린 발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당신의 발과 맞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당신 발의 역사를 알지도 못하면서 신발을 신겨주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는 바라는 게 너무 많다는 게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발이 발로 존재하지 않는 순간들이 통과의례로 존재함을 압니다. 당신의 태어남과 죽음, 그 이후까지. 저는 당신의 신체가 그 무엇도 아닌 신체였으면 좋겠습니다.
글 에디터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