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거짓말 같았던

그 날, 거짓말 같았던 (2020)


여유 넘치게 노을을 그리며 지던 해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맹그로브 숲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배가 흐른다
솨아,
솨아아.
노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배는 계속 흐르고 침묵은 돌처럼 무거워진다
정적을 깨고 누군가 앗,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 멀리 보이는 빛의 무리
노오란 빛을 내며 반딧불들이 숨을 쉬고 있다
맨 앞에 앉아있던 가이드가 불빛을 들고 반딧불을 유인하는 동작이라며 춤을 춘다
사람들이 꺄르르 웃는다 너도 따라 웃었다
저런 걸로 반딧불이 온다고? 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
순
간
숲 속에 엉겨있던 불빛들이 일제히 날아든다
물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날아온다
먼지 같은 빛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너를 향해
너는 조심히 손을 내민다
아주 작은 빛이 너의 손에 내려앉는다
너는 선물이라도 받은 듯 소중히 그 빛을 감싸 안았다
요정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 반딧불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너는 언젠가 누군가 해줬던 말을 기억해냈다
나는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던 마음을 빌었다
너를 좋아해 아주 많이
그 날
거짓말 같았던
그 풍경
네가 빈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글 에디터 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