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좋은 사람이 좋아요, 늘 웃는 사람보다
감정이 솔직하게 표정에 드러나는, 그런 사람이요 ."
당신은 `취향`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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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취향이요. 표정이 좋은 사람이 좋아요.

왜 인터뷰에 지원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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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요. 재밌는 일이라고 해서 한 번 해볼까 해서 지원했어요. 당연히 안 될 줄 알았어요.
지원 동기에는 본인이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기회라고 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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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요, 우리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얼마나 틀에 박혀서 살아왔습니까. 초중고 군대. 이제 막 나왔으니까요. 사실상 이제 시작인거죠.
전역한지는 얼마나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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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년 정도 됐어요.
그럼 그 전에는 틀에 박힌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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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남들이 다 하는 걸 똑같이 했죠. 그리고 스무살 때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이 술을 좀 강압적으로 권유하시는 편이었어요. 술을 하루 먹으면 이틀 동안 누워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친해지려고 술을 권유하는 사람들에게도 냉정하게 거절을 하게 됐어요. 거의 헬스만 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사람들은 제가 성격이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했대요.
저도 남들 하는 루트를 그대로 따라왔지만, 틀에 박힌 삶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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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에서 벗어났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학업적인면을 조금 강조하셨어요. 자꾸 해야 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안 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공부를 좀 잘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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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는 잘했던 것 같아요. 올백도 맞아봤어요.
운동은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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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몸이 약해서, 뛰지를 못했어요.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아팠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남들보다 키가 많이 컸어요. 그래서 더 몸이 약했던 것 같아요. 체력을 길러보자 하는 마음으로 원래는 축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축구는 지원한 사람이 너무 많았고, 농구는 자리가 널널하대요. 그래서 농구를 하게 됐어요. 남들보다 크니까 좀 더 유리한 지점에서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팔도 농구하다가 부러졌어요.
몸을 아끼고 사랑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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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쌍한데, 가끔씩 느껴지는 전기가 있어요. 다같이 하는 거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손발이 잘 맞아서 뭔가 하나의 플레이가 이뤄지면 온 몸에 전기가 와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직까지 하고 있어요. 제가 병원비로만 몇천만 원은 썼을 것 같은데
가족관계가 어떻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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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남동생이 있어요.
어때요, 동생이랑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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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들어요. 다섯 살 차이가 나니까요. 그리고 성인끼리의 다섯 살은 큰 차이가 아니지만, 자라면서는 육체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동생이랑 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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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서먹한 부자 관계 같은 느낌? 챙기긴 챙기는데 물질적으로 많이 챙겨요. 살가운 타입은 아니고, 둘 다 활동 시간대가 다르니까요. 승마를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마주칠 시간이 없어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정확한걸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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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잘 지킨다는 얘기는 아니고, 확실한 걸 좋아한다는 거예요.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사람도 확실히 제게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나서지 않아요. 김칫국 마시지 말자, 하면서요. 또 추구하는 직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줄곧 경찰 공무원이 되고 싶었어요. 경찰이 하는 일도 좋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인게 끌려서요.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남들은 대충하는 걸 그냥 넘기지 못했어요. 세,네 번씩 검토를 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도 선풍기를 안 끄고 나왔다거나 가스를 안 잠근 것 같으면 집에 가서 반드시 확인을 했어요.
왜 그런 것 같아요? 그게 본인의 성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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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많이 혼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만 해야 해. 저렇게만 해야 해. 엄청 엄하게 자란 것 같아요. 아직도 혼났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예쁜 꽃으로 장식된 카페 내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목발이 앵글에 걸렸다.]
취향을 물었을 때 표정이 좋은 사람이 좋다고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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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좋은 사람이 좋아요. 늘 웃는 사람보다 자기감정이 표정에 드러나는, 그런 사람이요.
우리는 보통 정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잖아요. 본인은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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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안 친한 사람들은 가지각색이에요. 어떤 사람은 나를 이렇게 보고, 또 다른 사람은 나를 저렇게 보고.
그럼 친한 사람들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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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저에 대해 말하는게 다 비슷해요. 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을 잘 안 주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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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아요. 친해지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요.
보통 사람들이 다 진심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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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들보다 오래 걸려요. 대신 한 번 마음에 들인 사람들은 오래 만나는 편이에요. 초등학교 친구들도 지금까지 만나고 있어요.
제가 처음 취향에 대해서 물었을 때랑, 본인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에 취향에 대해 다시 물었을 때 차이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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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취향이라는 단어가 어려워요. 처음 질문지를 받았을 때는 국어사전으로 검색도 해봤어요. 취미가 뭐냐고,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취향은 너무 범위가 넓어서 대답이 어려워요.
그럼 본인이 제일 잘하는 게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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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돈을 잘 모아요.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다 저축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어머니께 차를 사드렸어요. 그런데 단점일 수도 있어요. 나를 위해서도 돈을 잘 못 쓰니까요.
어머니께 차를 사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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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꼭 어머니께 차를 사드리고 싶었어요. 차가 연식이 좀 있었는데 그게 위험해보이더라구요. 생명이랑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고, 가족이 다함께 사용하는 물건이니까 꼭 사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돈을 모으다보니 안 쓰는 습관이 든 것 같아요. 지금은 미국여행을 가기 위해서 돈을 모으고 있어요.
본인의 의지가 약한 편이라고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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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들 때 더 약해지는 것 같아요. 성공한 사람들의 연설 같은 걸 보면 마인드가 너무 좋아요. 이유가 있잖아요. 절박한게 있어요. 드웨인 존슨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밑바닥에 있던 사람이 절박해서 어떤 하나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내가 그 증거다. 라고 하는 게 너무 멋있었어요. 이게 언행일치잖아요. 살아온 게 다 증거가 되는게 멋있었어요. 반의 반이라도 따라가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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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후회의 연속이죠, (웃음)
살면서 취향이 바뀐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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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취향이나, 이성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싱거운 음식을 좋아해요. 그리고 이성을 보는 관점은 경제관념이라든지, 성향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잘 맞아야 해요. 외모보다는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같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서 생기는 싸움은 감정노동인 것 같아요.
특별히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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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여자친구가 제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쉽게 뱉은 말에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이별을 하게 되고 나서는 더 가족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가족밖에 없다, 뭐 이런 생각?

[무릎보호대, 바우어파인트코리아 제품. 개당 13만원대]
왜 좋아하는 물건에 무릎보호대를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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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위해 산 것 중에 가장 비싼 거예요. 에어팟이랑, 무릎보호대. 그 외는 나를 위해 쓴 게 별로 없어요.
왜 그렇게까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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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 여행을, 내년에는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서요. 집에다 손 벌리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에요.
만약 본인에게 돈을 막 쓸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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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한끼에 10-15만원 하는 음식이요. 물건은 처음이야 좋지만 나중에는 퇴색되잖아요. 저는 사진이나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것들이 좋아요.
미국 여행에서 제일 기대되는 게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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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들도 다 기대되지만 역시 농구 직관이요. 농구하는 사람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구가 좋은 이유가 뭐에요? 딱 맞았을 때의 그 전율? 그럼 꼭 농구가 아니여도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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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사람들이 다 자기가 잘하는 걸 할 때 좋은 거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농구라는 공통점 때문에 만나게 된 거고, 그 사람들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건 농구 외에 찾기 힘들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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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까지 와주셔서 감사하고. 인터뷰가 어색하기도 하고 재밌어요. 감정을 많이 숨기고 제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라 보통 듣는 입장인데 내가 말하는 입장이 된 게 재밌었어요.
저도 더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고마워요. 이제 집에 가시려면 힘드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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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열심히 목발 짚고 가야죠. 이제 익숙해요.
Smal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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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진지충, 감성충 이라는 이야기를 듣기 쉬우니까. 이런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생각보다 세심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듣기만 하던 친구가 자기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는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 에디터 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