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좋아하는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우면서요."
당신은 `취향`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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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다가 생각나요.

[류두아 (25) 태어나서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설레하는 모습이 무척 매력있었다.]
인터뷰 지원 동기에 '나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 라고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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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평소에는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기회도 없었고. 최근에는 여행을 다녀온 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오면 현타가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요즘 생각이 좀 많아서 정리를 하고 싶기도 했어요.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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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내가 하는 일,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나의 가족들과 예쁜 이름도요.
이름이 진짜 특이한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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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제 이름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지만 제 이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더 특별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본인을 스스로 특별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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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저는 제가 정말로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나 대학 입시, 그리고 주변 친구들까지도. 운이 좋게도 착착 들어맞는 일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가 바로 생기거나, 근로 일을 하게 되거나 하는 식으로요. 요새는 현실의 벽에 많이 부딪히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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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한번은 예전에 나를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뿐인데, 그게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죠.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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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둘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언니들의 조언을 많이 듣고 자랐죠.
제가 하는 것마다 “안돼!”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것들이 습관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많이 구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어쩌면 제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싶어서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사람들의 장점을 찾는 걸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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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늘따라 A라는 친구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A에게 오늘 참 예쁘다고 먼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면서 맞장구를 쳤는데 왠지 선수를 뺏긴 기분이었어요. 그때부터는 보이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내가 느낀 기분, 감정 이런 것들을요. 물론 부정적인 이야기도 가끔 하긴 하지만, 대체로는 장점을 찾아서 얘기해주려고 해요. 오늘 얼굴이 좀 부었다. 그래도 귀여워, 이런 식으로라도요.

[인터뷰는 행궁동 91커피에서 진행했다. 밀크티와 플레인 요거트를 주문했다.]
제가 전에 취향에 대해서 물었을 때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어요.
지금은 본인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는데, 지금 다시 취향에 대해서 묻는다면 뭐라고 얘기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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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사실 되게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떠오른 게 있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현타가 오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최근에는 부산을 다녀왔는데, 나는 앞으로 어디서 살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산과 바다를 고르라면 저는 무조건 바다였는데, 부산을 다녀와서는 정말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재미있는 대답이에요. 저도 최근에 부산을 다녀왔지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인테리어를 고민했을 것 같아요. 이것도 취향의 차이겠죠. 그런데 왜 바다에요? 계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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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운이 안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요. ‘두또비’라는 별명도 있어요. 두아가 여행을 가면 또 비가 온다,는 뜻이죠. 여행 뿐 아니라 쉬는 날에도, 특별한 날에도 비가 자주 와요. 혼자 제주도에 갔을 때도 그랬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바다에 갔는데, 그 날은 날씨가 엄청 맑은 거예요. 그 바다를 본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바다를 보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없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참 좋아요.
그래서 뭘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을 좋아한다고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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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운이 너무 안 좋다보니 날씨 좋은 날에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은 느낌. 그래서 최근에는 침대를 창문 바로 아래로 옮겼어요.
방을 꾸미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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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구조를 두 번이나 바꿨어요. 오른쪽에는 창문이 오도록 침대를 옮겼죠. 햇살이 바로 들어와서 참 좋아요. 그리고 시선이 닿는 곳에는 제가 좋아하는 엽서들이 있어요. 쉬는 날에 쨍쨍한 해와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무. 그리고 구름까지 딱 보이는 창을 보다가 잠이 들면 그렇게 기분 좋은 집순이 라이프가 따로 없어요.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달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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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특별히 뭔가 모은다거나 하는 게 없어서요. 알린이랑 향수 중에 고민을 하다가 향수를 골랐어요.

[두아가 가지고 온 좋아하는 물건, 필로소피 사의 어메이징 그레이스(15ml 기준 2만원 중반대)]
어떤 향수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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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머스크 향을 좋아해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향이 좋아요.
왜 향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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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향수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고 몰랐는데, 전에 만났던 친구가 향수를 되게 좋아했어요. 어느 날은 서로 어울리는 향을 골라주기로 했는데 그 친구에게 선물했던 향이 되게 기억에 남았어요. 그때부터 향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사람을 만날 때, 무슨 향이 나는 지가 중요해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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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몇 번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 향을 맡을 때마다 뒤를 돌아보곤 했어요. 혹시 그 친구가 아닌가 해서요.(웃음)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향수를 뿌리는 지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이것도 취향이 바뀐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재미있어요, 제가 전에 물었을 때는 취향이 바뀐 경험에 대해서 영화 이야기를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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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도 맞아요. 제가 2년 전에 지금 일하는 회사에 들어오면서, 영화관에서도 근무를 했어요. 말하자면 투잡인데 그러다보니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아졌죠. 그래서 그 사이에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막상 해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자리에서 본다는 게 참 좋더라구요. 예전에는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봤는데, 지금은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게 됐어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고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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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워요. 고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계절감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 같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채가 뚜렷한 영화요. 그리고 장르를 고르라면 멜로를 좋아해요.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좋아요. 이 시국에 좀 그렇지만 일본 영화의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몽글몽글한 것들을 좋아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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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보니 그러네요. 향수도, 영화도 그런 것들이 좋아요. 따듯하고 몽글몽글한 것들.
인터뷰를 마치게 될텐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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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잖아요. 나오기 전부터 기대가 됐어요. 인터뷰 동기에 썼던 것처럼 나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터닝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정말로,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게 될 것 같아요. 상상만 하던 것들이 말로 하니까 정리가 되는 게 신기해요.
그게 바로 인터뷰의 묘미에요! 이야기 듣는 내내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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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맙습니다.
Smal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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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게 만난 친구를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나는 당신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색깔과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관계가 더 재밌고 어려운 것 같다. 이 인터뷰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 묻는 게 더 재밌어질 것 같다.
인터뷰 에디터 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