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쓰레기다.
수집 : 취미나 연구목적으로 여러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모으는 것.

나는 쓰레기를 모았다. 지금은 모으지 않는다. 쓰레기를 모으게 됐던 이유는 2018년 졸업전시 때문이었다. 나는 담당 교수님께서 기획하신 [2018 미래마을 상상전:재료상회편]이라는 전시에 [재료창고]로 참여하였다. 미래마을에서의 재료창고는 업싸이클링의 시발점이다. 쓰레기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해체 과정을 거친 후 다시 재료로써 분류되는 곳이다. 이러한 순환 시스템은 현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법이며 시뮬레이션 전시를 통해 제안하는 것이다.

나는 재료창고 기획을 위해 최근 쓰레기 대란과 쓰레기 발생량 등 관련된 자료들을 팀원들과 찾아보았다. 전국의 쓰레기 배출량을 분석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서울시를 기준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분석하였고 그것을 기준으로 [재료창고 TOP10 리스트]를 제작하였다. 택배로 인한 종이 상자가 가장 많이 버려지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유리병, 비닐봉지, 페 트병, 캔, 가구, 옷, 전자제품, 스티로폼, 고무 순으로 쓰레기들이 버려졌다. 이러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순환 시스템을 재현해 내기 위해 가로 6,000mm 세로 5,000mm로 실물 구성을 하였으며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모아야했다. 이렇게 내가 수집한 것은 버려진 쓰레기가 되었다.
나는 몇 달을 조금씩 조금씩 쓰레기를 모았다. 분리수거장에서 크라프트지로 만들어진 종이상자를 모으고 집에선 냉장고와 플라스틱을, 친구 집에서 장롱을, 카페에서 우유팩과 캔을, 음식점에서 계란판을, 학교 쓰레기통에서 알류미늄 캔 등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쓰레기들을 모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를 모았다. 쓰레기의 양은 1톤 트럭을 다 채우고도 남았다. 어쩌면 2톤까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전시 오픈 날이 다가왔다. 졸업전시를 하기 전에 서울월드컵경기장 옆 문화비축기지라는 재생 공간에서 외부전시를 했다. 옛 석유 탱크를 개조한 문화공간이다. 나는 나의 연출물이 아무리 쓰레기라 하더라도 상하거나 깨지지 않도록 하나 하나 패킹(Packing,포장)을 해야 했다. 패킹 재료로는 에어캡(Air-cap,뽁뽁이)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테이프, 단열재(얇은 포장용 발포지) 등 수많은 플라스틱 계열의 재료들이 사용 되었다. 포장재 일부는 계란판과 비닐 봉지를 완충제로 재사용하였다. 사용된 포장 재료들은 전시를 철거할 때 재사용하기 위해 모아두었다가 철거 날에 다시 사용되었다. 하지만 철거 날에도 대량의 새 포장재가 필요했다. 그 날 포장에 쓰이지 못한 남은 비닐류들은 마대 자루에 담겨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이 곳에서의 외부전시가 끝난 후 학교에서의 졸업전시와 다음 해에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 2번의 전시를 추가로 진행한 후 전시는 이렇게 끝이 났다.

전시가 끝난 이후, 우유팩은 구청에서 휴지로 되돌려받았고 맥주와 소주병은 근처 대형마트에서 빈병 보증금으로 환급받았다. 나머지는 모두, 모조리 폐기 처분되었다. 내가 모았던 쓰레기들을 버리는 순간, 전시를 철거하는 순간 깨달았다. 분명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하고 설치하였는데 전시가 끝난 이후에 처리해야하는 쓰레기의 양이 나의 기획 의도를 아이러니하게 만들었다. 기획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안법을 설명하는 전시에서 뒤를 생각하지 못하고 연출 재료로 쓰레기를 사용한 것이, 쓰레기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전시를 연출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 후회될 뿐이었다. 내가 실제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수집하여 전시를 연출한 것은 수집한 쓰레기의 어마어마한 양을 직접 보고 쓰레기 대란에 대한 심각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였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나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음을 느꼈고 나중에야 실물을 가지고 연출한 것에 대한 회의감 이랄까 그런 생각들이 몰려왔다.
쓰레기를 수집할 때에도 나름 연속적인 패턴을 가진 물체들을 수집하고 나열하여 전시 연출부분에 있어서 덩어리감과 통일감을 주기위해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여러 개 수집하거나 같은 색상계열의 쓰레기들을 수집하는 노력을 해왔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차라리 쓰레기를 수집하지 말걸, 다른 방법으로 조금 더 사람들에게 전시의 메시지를 전달할걸,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전시 연출법에 더욱 신경을 쓸 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의 쓰레기 수집은 전시를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는 앞 뒤가 맞지 않는 아이러니함과 회의감을 주었던 경험으로 끝이 났다. 아무리 예쁜 것으로 고르고 골랐다 하더라도 쓰레기는 쓰레기였다.
글 디자이너 M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