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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뽑기왕은 누구

90년대생 다 모여라.
당신이 90년대생이라면, 당신은 투니버스와 어린시절을 함께 했을 것이다. 달빛 천사와 나루토, 명탐정 코난 그리고 케로로 중사의 OST를 부르며 자랐으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만화에 미쳐있던 그 시절, 내 작은 용돈은 학교 앞 문방구와 분식집 그리고 만화방에서 사용되었다. 만화책은 대여를 했고 먹거리는 내 입 안에서 사라졌지만, 내게 남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카드 되겠다. 아마 여러분도 사고 모았을, 그리고 버려졌을 카드팩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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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시절, 유희왕 카드팩.
우린 그 때 미쳐있었다. 동년배들의 서랍장에는 딱지와 카드와 구슬이 가득했다. 특히 카드의 비중이 어마어마했다. 당시 나는 유희왕 카드팩을 미친듯이 사재꼈는데, 웃기게도 유희왕 내용을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친구들이 사고 오빠들이 사니 따라쟁이 어린이는 샀다. 심지어 그 문방구 명당자리를 차지하던 카드는 안사곤 못베기게 포지셔닝 되어있었다. 별이 많은(등급이 높은) 카드나, 티비물을 먹은 카드가 나오면 의기양양하며 하루가 행복했다. 그 시절엔 푸른 눈의 백룡 카드를 갖고 싶어했었는데, 신곡초 그 누구도 그 카드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근데 가지고 있었으면 뭐했겠는가. 난 그 카드로 게임을 한 적이 없다. 그냥 가지고 있었을 뿐.

문방구 앞에서 카드를 사면 학년 상관없이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을 했다. 교환과 거래도 자주 일어났다. 그 사이에 껴있던 것이 마냥 좋았다. 친구와 같이 사면, 더 좋은 카드가 나왔다고 행복해 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었다. 똑같은 돈을 써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카드팩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행운을 바라게 되는, 그 순간의 짜릿함과 행복이 좋았다. 좋지않은 카드가 나왔다고해서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기에 중독성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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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G,트레이딩 카드 게임
Trading Card Game란 카드를 가지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만의 덱을 만들어 상대와 대전할 수 있는 게임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이 카드들은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수집용으로 그 역할을 다하기도 한다. 일단은 대련이 본목적이기 때문에, 카드마다의 스펙이 적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유희왕의 '푸른 눈의 백룡'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TV에서 본 카드를 갖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 카드의 스펙이 좋아서 사는 것 일 수도 있다. 여전히, 오프라인 TCG의 대가는 유희왕이고, 온라인 TCG로는 포켓몬스터가 대세다.

왠지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을 법한 TCG는, 미국의 '매직 더 개더링'이라는 게임이 원조다. 물론, 캐릭터성을 덧붙인 건 일본이 맞다. 포켓몬스터, 건담, 원피스까지... 실물 카드로 게임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TCG샵을 구경가거나, 원피스 카드를 소장 목적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내게 있어서 아날로그 카드는 수집용이고, 모바일 게임 내의 카드는 수집용이자 대전용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로도 게임을 하고 있지만, 기술의 변화가 아날로그적 TCG를 수집에 더욱 치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온라인에선 거래불가. CCG.
만화 원피스를 배경으로 한 트레저 크루즈도, 망겜으로 유명한 하스스톤도, 방탄소년단을 공략하 는 BTS월드도 카드를 모아야 한다. 넥슨의 린과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도 카드 뽑기다. 한국과 일본의 모바일 카드 게임에는 확률(혹은 뽑기) 시스템이 거진 들어가 있는데, 이것이 돈을 불러들이는 마법의 항아리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온 TCG는 많이 CCG로 변형되는데, 구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설명하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의 카드게임과 온라인에서의 카드게임의 큰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TCG가 Trading, 즉 거래가 합법이었다면, CCG는 Collecting Card Game의 약자로 거래 가 불가능하다. TCG가 진행될려면, 적어도 2명의 대련자가 직접 만나야 한다. 실물 카드를 지니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들어가면서 카드의 판매사와 카드게임의 주최자가 게임회사가 되면서, 회사 측에서 거래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서 CCG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인데, 카드 거래를 막으니 사람들은 계정단위로 거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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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의 확률을 이기는 과금.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뽑기판 1등 걸린 사람을 딱 한 번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 게 1등이 뽑히면, 그 뽑기판엔 1등은 없거나 줄었음에도 나도 당첨될 수 있다는 심리로 다 같이 줄서서 뽑기를 했다. 남이 되면 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복권'인데, 노력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사면 결과가 나온다. 이 얼마나 짜릿한 보답인가. 하지만, 어림도 없다. 턱없이 낮은 확률이 우릴 반긴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뽑기판의 확률을 찾아보니, 507장 중 1등은 3장 2등은 7장, 5등은 402장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402장을 사도 '꽝'일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 좋은 카드를 얻기 위해, 역시 과금이 필요하다. 극한의 확률을 이기는 것 은 횟수뿐이다.

돈을 벌기 위한 제작사는 미친듯이 확률형 아이템을 제작하고, 아이템이 갖고 싶은 소비자는 미친듯이 사제낀다. 하지만, 극악의 확률과 중복 뽑기는 그 악명이 높다. 확률을 뚫고 얻어냈지만,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라면 눈믈을 흘릴 수 밖에 없다. 내가 3년 동안 해온 게임,트레저 크루저의 스고페스(가장 높은 등급의 카드)의 확률은 0.13%이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스고페스들이 등장하고, 그 전의 좋은 카드는 구린 카드가 된다. 10번을 한 번에 뽑으면, 1번은 무료 카드를 뽑게하거나 그 확률을 높여주는데, 과금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실물 카드는 내 방에 쌓여서 가족들이 한 데 모여 내 등짝이라도 때리는데, 얘는 내 핸드폰 속에 픽셀로만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게임 내에서 팔고, 사용하느라 얼마나 질렀는 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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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리세라마.
가난하지만 뽑기 게임을 좋아하는 나같은 무과금러 혹은 소액과금러들에게는 '리세라마'라 불리는 행위를 무한정 반복하게 된다. 확률형 게임은 대체로 튜토리얼에서 카드를 무료로 뽑게 해준다. 이를 이용해서, 튜토리얼을 무한정 반복하면서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튜톨리얼-뽑기-리셋을 하는 행위를 리세라마, 혹은 리셋 마라톤이라고 불린다. 생각보다, 그 뽑기할 때의 긴장감이 짜릿해서, 리세라마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많다.

확률게임은 참으로 잔인하다. 리세라마를 3일 내리 하는 사람도 있고, 한 번에 끝내는 사람도 있다. 정답과 오답은 단지 '운'에 달렸다. 좋은 카드를 얻은 것도, 좋은 카드를 얻지 못한 것도 누구의 잘못도 없다. 그러니 뽑기의 확률 속에서 우리는 미친다. 그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을 더 들인다고해서, 혹은 돈을 더 쓴다고 해서 원하는 카드를 가질 수 없다. 그렇지만, 노력해서 안 되는 일 중에 이보다 매력적인 일은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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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을 바라다. 승리를 쟁취하다.
운명을 믿게 만드는 확률의 세계. 때때로, 우리는 뽑기에서의 수확이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받아야만 했던, 마땅한 보상이라고 여기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뜻 밖의 행운이 함께한 확률에서의 승리인 것이다. 요행을 바라지 말아야하는 세상 속에서, 요행이 허락되는 세계가 달콤한 것이 나 뿐만은 아닌 것 같다. 확률형 게임은 요행과 경쟁을 통해 즐거움을 극대화시킨다. 1억도 소액과금러로 통용되는 이 중독의 세계에 당신도 초대하고 싶다. 도박신고는 1336이다.

글,그림   에디터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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