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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취향`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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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김다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남을 이해하고 돕는 일로 정의한다.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 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이번 인터뷰는 다양한 존재들 중에서 사랑의 주체를 사람에 두고 이야기 나눠볼까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의 이상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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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인 면만 봤을 때에는 선이 진한 사람이 좋다. 턱선이나 어깨라인이 뚜렷한 사람. 어릴 때에는 남자다운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더 이상 남자다움이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다정한 사람이 좋아졌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알고 자신의 생각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취향이 비슷한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같다면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당신은 사랑에 있어 열정적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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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 때에는 내가 여름 같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겨울 같은 사람 같다고 말이다. 그 말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사실 난 친구들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 텐션의 차이가 큰 사람이다. 혼자 있을 때는 굉장히 비관적인 사람인데 그런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인 것 같아서 뜨끔했다. 뭐, 그만큼 친해져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거기서 느꼈다. 예전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조건 직진에, 자존심 같은 건 없었는데 지금은 열정이 사그라졌다. 음,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나를 여름으로 돌아가게 할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나의 여름을 찾아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당신의 연애 취향과 가장 가까웠던 영화를 뽑자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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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듯한 색, 블루`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 연애의 표본이라고나 할까. 영화의 후반부를 몇 번이나 돌려봤다. (스포일러 주의) 결국 주인공들은 헤어지게 되는데, 이별 장면을 예로 들며 연애 이상이라고 말하는 게 웃기기는 하지만, 나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것보다 아프고 절실한 것에서 진실됨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또한 퀴어 영화지만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서 성별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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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_네이버 영화

그렇게 말하니 궁금해졌다. 당신은 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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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로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실적임에도 낭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것. 중요한 건 낭만이 우선이 되면 안 된다, 낭만에 취하면 현실을 못 보니까. 아무런 날도 아닌데 생각나서 사왔다며 그 사람 이 평소에 좋아하는 걸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특별한 날에 주는 선물은 너무 뻔하지 않나. 다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게 “생각나서 샀어.” 한 마디 정도 남기는 사람. 내가 만나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랑에 대해 이것만은 지키고 싶은 가치관 같은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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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아카데미에 다녔을 때 선생님들이 자주 했던 말이 있다. “ 동족을 상종하지 말아라. ” 순화시켜 말하면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건데, 결국 얻는 것 없이 나만 남으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라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다른 매력에 끌리다가도 결국 그 다름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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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떠한 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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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을 좋아한다. 그런데 보라색 같은 사람이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사실 내가 보라색이면 보라색이지, 둘 다 보라색이면 서로의 관계가 너무 탁해지지 않을까? 파란색을 띄는 사람이 좋을 것 같다. 완전한 바다색. 수영장이든 바다든 잠수할 때 그 느낌 아는가? 아무 것도 안 들리고 엄마 뱃속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 느낌. 가득 안기는 느낌이 좋아서 파란색을 택했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지금은.   

사랑을 하다 가장 외로워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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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나와 의견이 다를 때에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에는 `왜?`라는 질문과 함께 서럽고 외로워지더라. 나에게 다름에 이해를 구하는 사람이면, 우리가 서로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너의 이런 면은 참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라면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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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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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없다. 그렇기에 작은 건 안 맞더라도 큰 결이 맞으면 감안하고 만나는 게 아닐까? 살아가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바로 인간의 삶은 너무너무 길다는 것. 그 긴 삶 중 한 번쯤 사랑을 믿어보는 순간으로 할애해보고 싶다. 

당신만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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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적당히 하자 싶으면서도 안 되는 게 사랑이니까. 본능을 억누르려 해도 결국 내 시선은 상대를 향해있는 거라고 할까. 어쨌든 좋으니까 상처받는 것도 괜찮다 생각하고 단정 짓게 되는. 그런 어쩔 수 없는 감정들. 그런 게 사랑인 것 같다.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사랑도, 당신의 이상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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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만나지 않는다. 스무 살 때 `연애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럼에도 여태껏 연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상형에 부합한 사람이 없었다. 콧대가 높은 것도 한몫했고, 어중간한 사람에게 미지근한 마음으로 시간과 돈, 감정낭비하는 건 싫었다. 그렇지만 만남이 없어도 나는 좋다. 성인이 되고 나서 관심사 1순위가 나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친해지기에도 벅찼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인터뷰를 하니 문득 연애 자체에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말 분위기 탓일 수도 있겠지만- 흠뻑 빠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야. 

사랑의 한 단면을 보여준 김다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이 나와 같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꽤 희박한 퍼센트를 뚫고 서로 사랑하더라도 행복만 가득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한다. 어쩔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변명이 되어버리고, 상처도 결국 상처를 준 사람이 치료해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한다. 사랑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또 사랑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 에디터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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