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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밝혀라!

사람은 하루에 보통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사소한 거짓말부터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거짓말까지 말이에요. 그렇다면 범죄자는 과연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할까요? 사기를 치기 위해 누군가의 생계와 미래에 직접 위협을 주는 거짓말부터, 이유를 불문하고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거짓말까지. 세상에 흩어져있는 범죄자들의 거짓말을 찾아내기 위해 세상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심리적 전략으로 범죄자를 밝혀낸다, 프로파일러

이미지출처 - 네이버영화

90년대만 해도 한국은 일반적 수사 기법에 의존하여 범죄 수사에 전념했습니다. 그때는 요즘 꼬마 친구들도 다 안다는 DNA 검사조차 쉽지 않아 미국 FBI에 의뢰해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결과지를 받아야 하는 일이 허다했어요.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잠깐 떠올려볼까요? 끊임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고군분투한 끝에 피해자의 몸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량의 DNA를 발견합니다. 한국은 DNA 검사 키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미국 FBI에 검사 의뢰를 보냅니다. 범인 검거 막바지쯤 해외에 의뢰했던 DNA 검사 결과지가 도착했지만 소량의 DNA가 문제였는지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다는 결과지를 받게 돼요. 이처럼 과거 범죄 수사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범인 검거에 필요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하는 데에 힘쏟지 못했어요.

그러다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은 FBI의 영향을 받아 형사과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을 설치하여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도입합니다. `프로파일러`가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거죠! 프로파일러는 특정 사건의 정황이나 단서들을 분석해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 유형, 성별, 연령, 직업, 취향, 콤플렉스를 추론하여 수사 방향을 설정하고 용의자의 범위를 좁힙니다. 또 도주 경로, 은신처를 예상하여 검거 후에 심리적 전략으로 이용해 범인의 자백을 끌어내기도 해요.

범죄자 정남규, 프로파일러들의 예측

단순한 강도살해범으로 붙잡힌 정남규를 아시나요? 총 열세 번의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정남규는 처음 검거될 당시 단순한 강도상해범으로 보고되었다고 해요. 교도소에서 몇 년 살다 나온 후 다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는 거죠. 유형철의 소행으로 알려졌던 서울 이문동 살인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자백하여 범인을 잘못 집은 경찰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몰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정남규의 과거 부친의 폭행, 자신을 아껴주던 동네 아저씨로부터의 성추행, 학교 폭력 등 불행한 사건들로 생긴 사회에 대한 복수심으로 범죄에 늪에 빠지게 돼요. 당시 그를 자백시킨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그의 범행 정황과 패턴, 작은 증거들을 종합해 그가 자백하지 않은 사건들도 밝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거 자취방 옆집 아저씨에게 야산에서 운동화끈에 묶인 채 성추행을 당했던 적이 있다는 말에 미제사건이 될 뻔한 부천 소년 살해 사건이 비슷한 결인 것을 알아챈 권일용 교수님은 끊임없이 추궁하여 자백을 받아냈어요. 말에서 뿜어 나오는 심리적 압박이 통했던 거예요.

과학의 무한한 발전이 거짓말을 재빨리 판별하다.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범대학 교수님이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했어요.

“10년 동안 연쇄살인범이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발달한 과학기술과 높아진 수사력,

그리고 국민의식 등 사회 발전으로

미리 범행 전 살인범들이 체포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계는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범죄를 수사, 예방하는 데 힘쏟고 있어요. 거짓말을 밝혀내는 데에 디지털이 제대로 한몫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과연 지금 어떠한 기술들이 범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을까요?

다들 거짓말 탐지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 사람의 신체에 나타나는 변화를 감지해 거짓말 여부를 가려내는 기기에요. 진술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게 되면 긴장을 하거나 손에 땀이 나듯 신체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호흡이나 혈압, 맥박 등의 변화가 전류 신호로 감지돼 변화 추이가 기록 장치에 나타나는 거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증거가 아닌 참고 자료로만 활용된다고 해요. 상대가 지병으로 부정맥이 있다든가, 극단적으로 흥분하고 겁에 질린 상황에서는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거짓말로 나와 무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하네요.

정확한 증거는 사건현장에서 발견된다고 하죠. 사람들은 평생 변하지 않고 각기 다른 모양으로 이루어진 지문을 가지고 있어요. 현장이나 무기에서 발견된 작은 지문이라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 용의자를 추려내 검거합니다. 현재 쪽지문으로도 개인식별이 가능하게끔 꾸준히 개발 중이라고 해요! 지문보다 더 정확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DNA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0.1%의 차이를 이용해 식별하는 과학 수사 기법이고 가장 강한 정도의 과학적 증거라고 해요. 사건 현장에 남겨진 머리카락, 혈흔 또는 다른 타액에서 DNA를 채취하여 범인을 밝혀냅니다.

지금 가장 핫한 수사기법, 디지털 포렌식

2020년이 찾아온 지금, 직접적인 살인보다 디지털 범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요. 이에 따라 사이버 범죄수사가 주요 업무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흐름을 조사하고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기술을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디지털과 `범죄과학수사` 의미하는 포렌식이 합쳐져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과학수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대한민국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수많은 범죄의 실마리를 잡는 중이에요. 2014년 세월호 승객이 가족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복구해 재판 증거에 채택되는 일도 있었으며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태블릿 PC를 복원해 전 국민을 기함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9년, ` 승리 게이트`로 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사건에도 디지털 포렌식이 큰 화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중 범인의 인터넷 검색내역으로 혐의를 잡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17년도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조사에서 피의자 허모씨가 살인 전후 범행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했다는 사실을 포착한거죠. 사건의 범인이 범행 전 휴대전화를 통해 `고급주택`과 `가스총`같은 단어를 검색했다고 해요. 범행을 저지른 직후에는 `살인`, `사건사고`등을 검색했고요. 디지털 포렌식으로 그의 범행에 상당한 혐의를 잡은 거예요! 

거짓말이 멈춰 안전한 세상이 오기를.

어떠셨나요?범죄자들의 거짓말을 찾아내기 위한 세상의 수많은 노력이 느껴지셨나요?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사건 기록들을 읽었어요. 계획적인 범죄부터, 무차별적인 범죄들이 수없이 벌어진 건 알았지만 그들의 거짓말을 대면하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그들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느꼈어요. 악의에서 시작된 거짓말은 결국 모두 밝혀진다는 것을요.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거짓말이 언젠가는 완전히 멈춰 안전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해요 :-)

글 에디터 ㅎ

프로파일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겸임교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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