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필름 카메라
최초의 필름카메라 코닥과 최초로 그걸 사용해본 에디터의 후기.
기록의 방식으로 선택해본 필름 카메라.

[데이라이트(파란색)와 펀세이버(빨간색)]
여행을 많이다니다보니 듣는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대게 ‘무엇’이냐고 묻는 것들인데, 그 예는 이러합니다. ‘거기는 뭐가 유명해?’, ‘무슨 기념품을 모아?’, ‘거기가서 뭐해?’, ‘꼭 챙겨야 할 물건은 뭐야?’, ‘여행에서 뭘 얻어와?’
그에 대한 답변을 하자면 이러합니다. 지역마다 유명한 것들이 그려진 엽서따위를 모으고 씁니다. 엽서와 일기를 쓰기위한 엄별된 필기구를 들고 다닙니다. 번역과 계산기, 메모와 촬영을 위해 핸드폰이 필수입니다. 가서 기록을 하고, 얻어오는 것은 기록의 파편들입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교훈은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들어 기록 하는 습관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저의 뇌는 자주 멍청하니, 여러 방면에서 여러 방법으로 저장해야합니다. 일기장과 아이패드. 글로,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어쩔 때는 가계부로 말이죠.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색다른 기록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바로 필름 카메라로 말이죠.

필름 카메라의 시작, 코닥
‘당신은 찍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카메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그 이름, 코닥의 슬로건입니다.
코닥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진기는 크며 무거웠습니다. 더불어 필름을 현상하는 것도 까다로웠습니다. 은행의 서기로 일하던 코닥의 설립자 조지 이스트먼은 ‘어떻게 하면 더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집 안 부엌에서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롤필름 (roll film)과 필름이 장착된 작은 카메라입니다.
이로써, 필름 카메라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도 최초로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이 필름 시장을 잡아먹을 거라고 여기며 상용화를 미루다가, 후지에게 디지털 시장을 빼앗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2012년 거대했던 기업, 코닥은 파산신청을 하게 됩니다. 필름과 디지털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입니다. 2013년 회생을 했으나, 필름과 카메라 사업부는 매각해버렸습니다.
플래쉬, 플래쉬!
제가 사용해 본 일회용 필름카메라는 코닥사의 데이라이트, 펀세이버 두 가지입니다. 둘 다 27컷짜리로 구매했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히 플래쉬가 내장되어있는가 아닌가입니다. 단순히 플래쉬의 유무로 데이라이트는 야외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펀세이버는 제약이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감도가 800으로 동일하고 다른 점이 없으나 가격 차이와 설명으로 인해(혹은 편견으로 인해) 펀세이버는 실내에서 플래쉬 없이도 잘 나올 거라 여기고 찍었으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코닥이 생각한 밝은 실내와 제가 생각한 밝음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어둡다 싶으면 실내에서는 플래쉬를 터트려야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27장 중 8장이 회색으로, 암담하게 돈이 사라졌습니다. 합성에 실패한 현질러가 될 줄이야. 추억도 함께 바랬습니다. 저는 도대체 뭘 찍었던 걸까요?
플래쉬를 터트려서 찍은 사진 하나는 90년대 락페스티발 나가도 문제 없지 않을까 싶게 나왔는데 그게 또 재밌었습니다. 얼마나 현실과 똑같이 담아내는 지가 목표였던 카메라가 기술의 정점에서 그 방향성을 틀어내는 것이 말이죠. 아참, 플래쉬를 터트리고 찍을 때엔 인물들을 조금 멀리 둬야된다는 거 잊지마세요.

[초상권 침해 걱정 없다. / 펀세이버 촬영]

[초상권 걱정없는 친구들 사진을 얻어 기쁘다. 진실로. / 펀세이버 촬영]
필름이란 귀찮은 존재
디지털 만세, 테크놀로지 만세! 3.1운동 백 주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대한민국 만세와 더불어 기술 발전에 대한 만세로 힘차게 외치고 싶습니다. 필름도 분명 획기적인 기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을 마주하는 현대인에게는 너무도 귀찮습니다. 뭐랄까, 먹고 싶은 음식의 재료를 다 구매하고 그걸 택배로 보내서 완성품을 받는 느낌입니다. 배달어플 한 방이면 될 일을 이렇게 번거롭게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들고 다니기에 거추장스럽고, 감도조절도 안되고 한 번 찍은 것은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필름 이송 레버 돌리는 걸 까먹다 좋은 장면을 놓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찍은 것을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합니다. 빛의 노출을 생각하던 그 때, 카메라 어플인 구닥을 삭제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플도 귀찮아서 삭제했는데, 그러고보니까 필름 현상하러 언제가지?

[필름 현상하러 가기 5분 전. 남은 필름 소진하기 위해 찍었다. / 데이라이트 촬영]
귀찮음을 이겨서 생겨난 애착

사진기를 구매하고, 사진기를 들고다니며 찍고, 현상소를 찾아가 맡기고 찾아오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참 번거롭습니다. 심지어 결과물이 많지도 않고 퀄리티가 좋지도 않습니다. 친구의 손가락이 계속 보이는 건 친구의 손가락이 길고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습니다. 8장이 날아간 만큼,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친구들과 사진을 두고 며칠째 추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언제 무엇을(혹은 누구를) 찍은 것인지에 대해 말이죠. 대화가 더 풍성해졌고, 그 날의 이야기는 생생한 기록이 되어 머리 속에 자리잡았습니다.
사랑한다면, 귀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저는 이 필름카메라의 매력이 귀찮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추억에서 비롯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이 사악하지만, 매력적입니다. 이러다가 일회용이 아닌 필름 카메라를 구매할까봐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귀찮음이 계속해서 우리를 연결하고 애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결과물에 대한 필수불가결한 대화가 아날로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편리 함과 애정은 분명이 궤도가 다릅니다. 귀찮다는 것은 계속해서 신경써야한다는 것입니다. 관계마저 쉽게 소비하는 우리에게 번거로움과 함께 물질로 남는 이 기록의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다 다르지만, 자세히봐도 뭔진 알 수 없다. / 펀세이버 촬용]

[세월이 흘러도, 찍어준 친구는 기억날 것 같다. / 데이라이트 촬영]
코닥 모먼트, 기록하고 싶은 순간
미국에서는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kodak momnet’라고 칭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코닥과 함께 순간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 결과, 꾸준한 생산 재개 요구에 응한 코닥이 즉석 카메라와 필름이 재생산되고 2019년의 저의 손에 필름 카메라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의 출발에는 구닥다리로 분류되는 기술들의 몰락이 있습니다. 편리함이 우리에게 준 유용성과는 별개로 추억과 취향으로 새롭게 시발점에 선 코닥과 함께 당신의 순간을 기록해보는 건 어떤가요?

[사진의 기술력도, 장작을 패는 풍경도 1908년대 같던, 코닥 모던트 / 데이라이트 촬영]
글 에디터 ㄱ